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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 13태극권을 소개합니다.카테고리 없음 2022. 2. 21. 07:21
지난해 봄 아내가 제게 처음 태극권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당뇨 태극권이 있느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관절염 태극권은 있는데 당뇨병 태극권은 없다고 했어요. 그리고 제 블로그에 가면 당뇨병과 태극권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고 당뇨병에 대한 글도 몇 개 있으니 찾아서 읽어보라고 했어요.
그러자 집사람은 이미 읽어보고 태극권이 당뇨병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렇게 부탁한답니다. 이어서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절친한 친구의 남편이 오랫동안 당뇨를 앓아 그동안 직장을 다니면서 투석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며 버텨왔다고 합니다. 정년 후 가까운 곳에 처치할 수 있는 내과도 있고, 투석도 하면서 수영으로 체력 유지를 위해 노력하다가 코로나에서 수영조차 못하게 되면 체력도 급격히 약해지고, 그래도 조금 남아 있던 근육마저 없어졌다고 남편을 걱정한답니다.
고심 끝에 집사람은 "내게 태극권을 좀 가르쳐 달라고 해야겠다"고 혼자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는 어차피 당신이 관악산 수련장에서 수련할 때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당신도 동료가 생겨 기쁘고 목숨을 구할 수 있으니 제발 부탁드린다고 애원합니다. 아내는 운동을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 어쩌면 단순하게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혼자 수련하던 관악산 수련장 룰 병관씨가 합류해서 조금 ^^화장했습니다.)
저로서는 일주일에 두 번 대학 강의를 해야 해서 혼자 수련은 하지만 가끔은 쉴 수도 있는데 아픈 사람과 운동을 하면 책임지고 도와야 하고, 게다가 체력이 너무 안 좋은 상황이라 운동 강도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됐습니다. 솔직히 도장에서 여러 분이나 체력이 떨어진 채로 와서 훈련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동안에 와서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운동은 중독적이지만 태극권이 좋은 운동이라고 자부심을 갖고 저를 항상 옆에서 도와주는 아내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승낙했습니다.
아내는 곧 전화를 걸어 태극권 전도사가 돼 동휘 아버지와 운동을 해보면 반드시 건강이 좋아질 테니 남편에게 태극권을 꼭 시작해 보라고 마부다치에게 권합니다라며 아내가 현명해야 남편을 살리겠다고 못 박습니다. 하지만 전화기를 내려놓고 내게 친구의 남편이 운동을 할 거라는 희망은 사실 없다고 침울해 합니다. 교회에서 가끔 보면 적극적인 성격이 아닌 것 같고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는 것 같지만 모르는 사람과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오가다 지난해 5월 안양 관악산 자락에 있는 저의 개인수련장에서 아내의 절친한 친구인 신랑(병관)씨를 만났습니다. 병광 씨는 정년퇴직을 했고 나이는 저와 같은 60대 중반이고 운동은 수영 말고는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본인은 별 불편함이 없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 걸음걸이가 좀 불편한 것 같고 스스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일주일에 3번 투석(1번 투석은 4시간이 필요)하며 관리를 하고 있는 중인데, 그는 태극권이 어렵다고 하는데 내가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예로부터 혼자 수련을 하는 관악산 수련장)
우리는 앞으로 일주일에 화, 목 이틀 동안 만나서 수련을 해보기로 결정하고 바로 수련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무도장 지도에 양 다리를 벌리고 서 있기도 힘들어서 나무를 등지고 훈련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나무에 의지해 5분 정도 무극장을 수련했어요. 한달이 지나자 나무에 의지하지 않고 3분정도 독립에 도전해서 성공했습니다. 6월 말이 되면 무극장을 7분 동안 수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무극장과 병행하여 태극권의 기본인 정면전사와 좌우전사들을 가르치고, 보법에 따라 상보와 퇴보를 집중적으로 훈련하였습니다. 병광 씨를 만날 때는 40분 정도 태극권 기본공 위주로 수련했어요. 2개월 수행 후 7월이 되자 병광 씨는 다리에 힘이 생기는 것 같다며 걷기에 편해졌다고 합니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어요 어쨌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병관 씨는 한 번의 지각도 없이 열심히 수련에 매달렸습니다.
이제 여름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면 외대 태극권 강의와 상지대 한의대 강의로 바빠 하루 정도의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병관씨 혼자서도 훈련시킬 수 있도록 진식 19식 태극권을 가르쳐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병관 씨에게 진식 19식 태극권이라고 간화형의 짧은 태극권이 있는데 배울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리고 수련 3개월이 지난 7월말쯤 병광 씨는 다리에 힘이 완전히 올라왔다고 해요 그래서 무더운데 태극권 수련시간을 1시간으로 늘려서 지도를 시작했고 동시에 19식 태극권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병광 씨는 정식 19식 태극권은 너무 어렵다며 간단한 태극권을 가르쳐 주지 않겠느냐고 묻더군요. 그러고 보니 8월 한 달간 폭염으로 고생하면서도 19식 태극권 4초식 삼보사행에서는 진도가 나지 않았어요.
무더운 8월 말 수련장에서 만난 병광 씨는 대뜸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래서 저는 마음속의 날씨도 너무 무더워서 19식 태극권은 재미없어서 그만두려고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병광 씨는 뜻밖의 말을 합니다. 신장투석 환자들은 매달 초에 혈액을 빼고 건강검진을 하는데 신장투석하는 병원 원장님이 건강 상태가 많이 좋아지셨다고 하더군요. 검사 결과 고콜레스테롤(HDL) 수치가 높아져 지방간/칼륨/혈당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면서 19식 태극권보다 쉬운 태극권을 배우고 싶다고 합니다.
나는 보람 있는 일을 했구나 싶었고 앞으로의 추이에 대한 기대가 급상승해 병관씨가 몹시 불편해 하는 19식 태극권 대신 그를 보완할 대체 투로를 고안해 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배운 태극권 던지는 법을 총망라하면서 가능하면 간단하게, 그리고 태극권의 요체는 잘 담자는 취지에서 궁리했습니다. 따라서 아직 한발에 균형을 잡기 어려운 병관씨를 위해 발길질을 빼서 후퇴시키기 때문에 도권굉을 많이 넣도록 투로를 배열했습니다. 시간이 촉박해서 완성되지 않은 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가르치기 시작했죠.
(진식 19식 태극권 수련하는 총회 회원님의 수련 모습)
어쨌든 9월에는 13개의 초식에 짧게 편성된 태극권을 지도하면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수정하고 보완했습니다. 알기 쉽게 설명을 드리면 사행을 지도할 때 진식 태극권 노가 1로의 사행을 너무 어려워하여 신가1로 사행으로 대체한 병관씨는 미소를 지으며 괜찮아 합니다. 9월 말이 되면 처음으로 예비식부터 마지막 수세까지 완성하게 됩니다. 의외로 새로운 두로를 만든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드디어 새로운 태극권이 완성됐는데 그럼 뭐라고 부를까 하고 고심을 하게 되네요.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당뇨병,태극권' 이었고,다음으로 그 기사의 주인공인 병광씨의 이름을 딴 '병광,태극권' 이었습니다. 부인에게 이야기를 하자면 자기는 병광 태극권에 한 표를 던진다고 하더군요.^^그래서 저도 더운 여름내내 지각없이 고생한 병광씨에게 힘을 주고자 생애 처음으로 만든 태극권의 이름을 '병광 13식 태극권'으로 결정했습니다.
하병광 13식 태극권의 조식명을 올려보겠습니다
■병광13식태극권1.예공세예비세/2.십자수 십자수/3.나찰의 나찰의 나태 /5.단편단편 /5.운수운수 /6.백학량시 백학량시 /7.사행사행사행 /8.엄수광권 엄수완수완 /9.별신추권 /10.상추수완 /11.
앞으로 병광 13식 태극권은 진식 태극권, 대한민국 총회 정식 연수과정에 편입시켜 지도를 하겠습니다. 병광태극권은 태극권을 어려워하는 학과 회복기 환자, 당뇨 등 성인질환을 가지신 분들, 체력이 많이 쇠약해져 운동이 힘든 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익한 태극권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출발합니다.
(올해 90세인 진식 태극권 총회 왕언니 권오남 할머니)
이번 설을 지내고 임인년 2월부터 모든 회원들에게 지도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항에 대해서는 김준호 회장님께서 아래 총회 교련님께 말씀 드렸고, 이미 몇몇 분께는 병광 13식 태극권 지도를 마쳤습니다. 앞으로 병광 13식 태극권이 총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많은 회원들의 협조를 부탁드리며 글을 맺습니다.